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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야기

콜럼버스, 미국 대선에 부는 역사 논쟁의 불씨

by 과천칡냉면 2024. 10. 24.

콜럼버스, 미국 대선에 부는 역사 논쟁의 불씨
훼손된 콜럼버스 동상

 

미국 대선 시즌이 다가오면서 콜럼버스의 날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공휴일로 지정된 이 날을 두고, 미국 내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 간의 이념 갈등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콜럼버스를 신대륙 개척의 영웅으로 기념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반대쪽에서는 원주민 학살과 노예무역의 주범으로 보고 그를 비판하며 공휴일의 명칭을 원주민의 날로 바꾸어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콜럼버스에 대한 논란의 배경과 이로 인해 벌어진 미국 대선의 갈등을 살펴보겠습니다.

 

콜럼버스의 날: 미국의 전통인가, 변화의 필요성인가?

콜럼버스의 날은 10월 둘째 주 월요일로,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도착한 것을 기념하는 연방 공휴일입니다. 그러나 이 날을 기념하는 방식은 미국 내에서 일관되지 않으며, 어떤 주는 이를 축하하는 반면, 다른 주는 휴일로 지정하지도 않습니다. 최근 몇 년간 다양한 지역에서는 콜럼버스의 날을 폐지하고 원주민의 날로 대체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졌습니다.

 

미국 내 갈등은 대선을 앞두고 더욱 고조되었습니다. 트럼프는 콜럼버스를 미국 역사와 개척 정신의 상징으로 기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그를 학살과 억압의 상징으로 보고 기념일을 원주민의 날로 변경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단순히 기념일의 문제를 넘어 미국 사회의 역사적 정체성과 가치관을 둘러싼 큰 갈등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콜럼버스, 미국 대선에 부는 역사 논쟁의 불씨
훼손된 콜럼버스 동상

 

콜럼버스의 어두운 역사: 원주민 학살과 노예무역의 상징

콜럼버스는 유럽에서 인도를 향한 항해 도중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하면서 신대륙을 '발견'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항해와 그 이후의 탐험은 원주민들에게는 재앙이었습니다. 그가 도착한 후 유럽에서 가져온 질병과 강제 노동, 노예무역으로 인해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 인구는 대규모로 감소했습니다. 일부 기록에 따르면 원주민 인구의 99%가 콜럼버스 이후 불과 수십 년 만에 사라졌습니다.

 

콜럼버스는 자신을 후원한 스페인 왕실에 금은보화 등을 바치기 위해 원주민을 노예로 삼고, 이들에게 금을 강제 징수하며 혹독한 노동을 강요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그가 학살자이자 억압자의 상징으로 기억되게 했습니다. 이후 그의 도착은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대량으로 데려오는 노예무역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남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으로만 수백만 명의 노예가 유입되었고, 그 결과 아메리카 대륙의 사회적, 문화적 변화는 극심한 파괴를 초래했습니다.

 

콜럼버스의 영웅적 평가: 신대륙 개척의 상징

반면 유럽계 미국인들에게 콜럼버스는 신대륙을 개척한 선구자이자,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낸 인물로 기억됩니다. 19세기 미국이 독립한 이후, 콜럼버스는 자유와 개척 정신의 상징으로 칭송받았습니다. 그는 평민 출신으로서 새로운 세상을 열었으며, 이는 당시 미국 사회에서 구시대적 질서를 깨고 새로운 나라를 만든 미국의 성공 신화와 맞닿아 있습니다.

 

콜럼버스의 영웅적 평가: 신대륙 개척의 상징
콜럼버스 신대륙

 

특히 백인 계층에서는 콜럼버스가 신대륙의 문을 열어준 인물로서, 그를 기념하는 것이 미국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워싱턴 DC의 'DC'는 District of Columbia로, 콜럼버스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그 외에도 미국 전역에 수많은 지명과 건물이 그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콜럼버스는 미국인들에게 단순한 탐험가가 아닌, 국가의 시작을 상징하는 인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남미에서의 콜럼버스 논란

콜럼버스를 둘러싼 논쟁은 남미에서도 중요한 정치적 이슈입니다. 아르헨티나의 밀레이 대통령은 콜럼버스를 아메리카 대륙에 문명을 가져온 영웅으로 칭송하며 그를 기념하는 공휴일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은 콜럼버스를 원주민의 적으로 간주하며 기념일을 원주민 저항의 날로 바꿨습니다. 멕시코의 셰인바움 대통령 역시 콜럼버스를 침략자로 규정하고, 멕시코 시티의 콜럼버스 동상을 철거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결론: 콜럼버스의 재평가, 그리고 미래

콜럼버스의 날은 단순한 공휴일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날을 어떻게 기억하고 기념할 것인가는 미국 사회와 남미 사회가 역사적 정체성을 어떻게 정의할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콜럼버스가 영웅인가, 아니면 침략자인가를 둘러싼 논쟁은 오늘날의 사회적 가치와 맞물려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21세기 다문화 시대에 이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그 결론은 쉽게 나지 않을 것입니다.